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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블루록 싸우기 전, 우리들은

블루록 전일담 소설 번역 <아류 쥬베에>

앤티크

도치기의 어느 마을 변두리.
어린 쥬베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숲 속 작은 길을 걷고 있다.
자갈길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물색의 하늘.
초여름 바람에 초목 냄새, 어머니의 콧노래.
어머니는 옅은 연보라색으로 물든 삼베 원피스를 입고 때때로 쥬베에의 얼굴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나무들이 서 있고, 초원이 펼쳐진 곳에 쥬베에의 집이 있었다.
대나무 숲을 등지고 합각지붕 구조의 고택이 세워져 있다.
빙 둘러쌓인 툇마루의 미닫이 문을 열면, 이어진 다다미 방과 낮은 밥상이 보인다. 그곳에 아버지가 있다.
등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머리에 무성한 수염을 기르고,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이보리색 사무에 같은 옷은 티베트 민족 의상인 츄파.
밥상 위에는 시샤라고 불리는 중동의 물담배가 놓여있어 특유의 달콤한 향이 감돌고 있다.
「어서와라」
물담배는 플라스크에 관이 달린 형태로 아버지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쥬베에는 구름같다고 항상 생각한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툇마루에서 방에 들어가면, 아버지는 손에 뭔가 갈색 가면 같은것을 들고 「좋은 것을 보여주겠다」 라며 빙긋 웃는다.
쥬베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은 네팔 여행에 갔을 때 기념품 가게의 주인장한테 받은 저주의 가면이야」
불쑥 쥬베에 쪽으로 가면을 돌렸다. 거칠게 조각된 나무 가면은 오니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무섭다.
「저주의 가면?」
「그래. 이 가면을 쓴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고 전해지고 있지」
「에엣」
이 얼마나 무서운 가면인가 하고 놀라고 있으면 어머니가 쥬베에의 옆에 앉아 즐겁게 말했다.
「어머 그립네. 네팔에서 가져온 기념품」
쥬베에가 응석 부리듯이 어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얹는다.
「옛날에 네팔은 왕이 통치하는 나라였어. 하지만 나쁜 재상이 암살을 꾀해 주술사에게 이 저주의 가면을 만들게 했지……」
아버지는 눈을 반짝이며 네팔 왕가와 저주의 가면 이야기를 들려준다.
쥬베에는 어머니의 무릎에서 그 이야기에 귀를 귀울인다.
(네팔……왕……저주받은 가면……아버지, 대단하네ー……)
어느새 잠이 쏟아져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아류 쥬베에의 집은 골동품 앤티크 샵이다.
100년 된 오래된 민가를 개조하여 대들보가 둘러진 천장은 높고, 창호는 모두 당시의 것으로 격자문과 난간의 섬세한 장식이 아름답다.
토방과 방의 일부를 상점처럼 꾸며놓고 그 안에는 진귀한 골동품이 가득해 마치 비밀기지처럼 느껴진다.
아버지는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물건을 사 온다.
그것도 소위 고가의 미술품이 아니라 자산가치를 무시한, 남들이 보기엔 고물같은 것들이다.
저주의 가면. 낡은 란도셀.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램프. 별 볼일 없는 만년필.
하지만 그 물건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다.
그것이 슬프든 즐겁든, 크든 작든간에 사연이 담겨 있다.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쌓여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을 아버지는 소중히 여겼다.
그리고 물담배를 피우면서 오래되고 신기한 물건들에 얽힌 역사를 쥬베에에게 들려주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 란도셀은 유명한 뮤지션이 사용했던 거야. 어때? 이 길들여진 가죽의 풍미. 아름답지?」
「이 램프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독일 귀족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모티브로 한 거야. 그 사랑 이야기는……」
「이 만년필은 미야자와 겐지가 사용했던 전설의……」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신비한 이야기를 어머니의 무릎에서 들으며 잠이 든다.
쥬베에는 그런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또한 아버지는 그런 골동품을 고이 간직하지 않고 일상에서 사용했다.
스테인드글라스 램프로 침실을 은은하게 비추고, 미야자와 겐지의 만년필로 옛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쥬베에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집에 살면서, 아버지의 감성이 고른 아름다운 물건에 둘러싸여 자랐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닿는 것, 모든것이 아름다운 세상.
하지만 쥬베에 자신은 이 환경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 대해 무감각하게 느끼고 있다.
앤티크라고 해도 결국은 남이 쓰던 물건일 뿐이다.
옷은 모두 헌옷이고, 장난감은 어느 나라에서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이상한 것들 뿐.
「이건 로스앤젤레스 벼룩시장에서 산 빈티지 알로하 셔츠야」
「이 목마는 프랑스의 귀족이 사용하던거야. 정말 아름답지」
그런 말을 들어도 쥬베에는 싫었다.
왜냐하면 낡고, 더럽고 멋지지 않으니까.
집도 어른들은 오래된 민가를 개조한 특이한 구조라던가 말 하지만, 틈새가 많아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벌레가 들어온다.
친구의 집은 새집이라 깨끗하고 단열성도 우수. 겨울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시원하다.
미니카나 알록달록한 블록이 잔뜩 있고 TV에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온다.
(나, 좀더 반짝반짝하고 새로운 것을 원해)
철이 들었을 때 부터 쥬베에의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은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동경이 강해질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케케묵은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이름이다.
친구들은 「렌」이나「하루토」등 인데, 「쥬베에」 라니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 같다.
(더 멋진 이름이면 좋았을걸)
하지만 부모님께 그런 마음을 전한 적은 없다.
아버지는 항상 다정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옆에서 즐겁게 웃고 있다.
두 사람 다 반짝반짝 생기 넘치고 그 사이에 자신이 있다.
사계절 내내 경치는 아름답고 연못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 좋다.
그런 매일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쥬베에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세계에서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오샤 폭탄

쥬베에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쥬베에. 드디어 이 란도셀이 활약을 할 때가 왔다. 이 란도셀은 내가 존경하는 뮤지션의……」
너덜너덜한 란도셀. 아버지가 그 내력을 설명해줘도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정말 기뻐보여서 뭐 됐나…… 라고 생각했다.
「아버자,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낡은 란도셀을 메고 빈지티한 무늬의 셔츠를 입은 쥬베에는 순식간에 반에서 주목 받았다.
쭉 뻗은 큰 키에 긴 흑발도 주변에서 보기엔 익센트릭하게 비쳤을 것이다.
「뭐야 뭐야? 너 외국에서 온거야?」
새 포켓몬 티셔츠를 입은 반 친구가 짓궂은 얼굴로 놀려댔다.
「뭐야 이 란도셀! 낡았어! 쇼와시대에서 타임 슬립한거 아냐?」
반짝거리는 파란 란도셀을 멘 남자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쥬베에의 란도셀을 탕탕 두드렸다.
쥬베에는 온화한 부모를 닮아 거의 화를 낸적이 없다. 하지만 역시 이 일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뒤에도 끈질기게 시비를 걸어왔지만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쥬베에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서와라 쥬베에. 오야?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가게를 지키고 있던 아버지가 쥬베에의 시무룩한 얼굴을 보고 물었다.
「나……」
사실은 자신도 낡은것은 좋아하지 않고 새롭고 반짝거리는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름답다」고 느낀 물건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놀림의 대상이 되는것도 싫다.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 하고 방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란도셀을 내려 놓는다.
쥬베에는 생각했다.
(다음부터 시비를 걸면 한 방 먹여주자. 더 이상 만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잔뜩 무서운 얼굴로 노려봐 주지)
싫은건 싫다고 제대로 말해 주자. 그렇게 결심했다.

다음날.
「어이 타임슬리퍼! 오늘은 어느 시대에서 온거야!?」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어제의 남자 아이들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좋아.
쥬베에는 머리를 쓸어 올리고 여유를 보이며 곁눈질로 노려본다.
그리고 어제 밤에 생각한 대사를 내뱉었다.
「나(俺). 에게 불만 있는건가?」
자신을 「나(俺)」라고 말 한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너무 처음이라 「나」를 너무 강하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괴롭히던 남자 아이들이 굳어지고 정색을 한다.
교실은 조용해졌고 모두가 쥬베에를 주목하고 있다.
(……위험해. 실패했나?)
잠시 후 환호성이 터졌다.
「머……멋있어!」「뭐야 그 말투!」「아류 군, 멋있다!」「하하하! 너 재밌네!」
왜인지 엄청 웃는다.
(어라? 뭔가 생각한거랑 다르지만……다들 기뻐하는 건가?)
괴롭히고 있던 분위기가 일변하면서 순식간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사실 다들 마음속으로는 쥬베에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쥬베에는 어른스럽고, 멋있고, 쥬베에의 소지품은 이국적인데다 이세계 아이템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류 군의 란도셀은 왜 이렇게 낡은거야?」
누군가 물었다.
「이 란도셀은, 「배드엔드」라고 하는 일본 뮤지션의 드러머가 사용하던 거. 이 너덜너덜한 부분은 드럼이 없었을 때, 드럼 대신 란도셀을 두드리며 연습한 흔적이야」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니 다시 큰 웃음이 나왔다.
「헤에ー! 멋있어!」
「대단한 란도셀이네!」
지겹게 들은 아버지의 이야기도 모두에겐 매우 신선했던 모양이다.
그저 낡은 란도셀이 반짝 빛나 보였다.
「그 신발도 특이하네!」
「이 샌들은 중국 비경에서 호랑이를 잡아서 그 가죽으로 만든건데……이 샌들을 신은사람은 모두 호랑이에게 잡아먹혀서……」
「우와ー」「쩔잖아!」「대단하다!」「그래서!? 그래서!?」
호랑이 이야기에 남자 아이들은 대흥분한다.
쥬베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모두 스토리가 있다.
아버지에게 들은 그 스토리를 알려주면 반 아이들은 「멋있다!」「재밌다!」하며 기뻐한다.
그렇게 싫어했던 앤티크한 아이템이 계기가 되어 쥬베에는 순식간에 반에서 인기가 많아졌다.
「나. 재미있어?」
즉석으로 나온 「나」의 사용법도 반에서 대유행했다.
「나! 화장실 다녀올게!」
「나! 카레 한그릇 더!」
잘라 말하는 느낌이 멋있고, 당연한 말을 하는것 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쥬베에는 학교에 가는것이 즐거워졌다.
자신이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자라왔다는 것, 아름다운 것들이 가진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는 것이 기뻤다.
여전히 「쥬베에」라는 옛스러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살던 「아름답다」 라는 말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건 아버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야)
「아름답다」는 아버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자신에게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은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은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그것은 아버지의 말이다.
쥬베에는 생각했다.
「아름답다」를 넘어서는 자신만의 말을 원한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감성가로 자란 쥬베에는 초등학생으로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싶어했고 그것을 언어화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철학적인 자기 탐구이자, 내면의 여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다소 갑작스럽게 하나의 도착 지점에 이르게 된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쥬베에가 평소처럼 반 남자 아이들에게 골동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정교한 자수가 수놓아진 천으로 된 파우치. 
필통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이 필통의 자수에는 공작의 깃털과 사자의 갈기가 사용됐어. 선명하게 남염한 터키 오야실과 조합해서 이런 무늬가 만들어졌대」
예전 같았으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새 필통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쥬베에는 이 필통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
「헤에ー! 대단해! 멋지다!」
「세계적인 규모잖아!」
공작새와 사자라는 말을 듣고 반 친구들도 흥분한다.
「그래……이건 아름다움과 고귀함과 멋짐과 재미가 모두 담긴……그야말로……」
쥬베에가 말을 멈췄다.
(그야말로……뭐야? 그야말로……그야말로……)
쥬베에는 말을 짜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애를 쓴다.
순간, 말이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쥬베에가 일어서서 하늘을 향해 긴 팔을 벌렸다.
이야기를 들고 있던 남자 아이들도 덩달아 교실의 천장을 올려다 본다.
「……?」
아무것도 없다.
멍하니 있으면, 갑자기 쥬베에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
놀란 반 친구들.
손을 흔들고 몸을 비틀고 크게 날개짓을 하거나 반대로 작게 웅크리거나 하면서 혼자 춤을 추는 쥬베에.
솟구치는 충동에 춤을 추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반 아이들 모두가 침을 삼키며 쥬베에의 춤을 지켜본다.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영혼이 담긴 현대적인 댄스.
(아름답고, 고귀하고, 멋있고, 나, 만의 재미있는 가치관……그것은 그야말로……그야말로……!)
그 순간 쥬베에는 우주와 연결되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것은 우주의 시작이자 자신의 마음이며 모든 본능과 본질을 하나로 묶는듯한 감각이었다.
이미지는 은하계를 가로질러 태양계의 별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돌았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태양의 작열을 느끼며……그리고 지구에. 광활한 우주와 하나가 되어가는 쥬베에.
이윽고 별들이 별자리의 선처럼 이어진다.
별빛이 그린것은 「미(美)」라는 글자였다.
그 별들이 다시 움직여 이번에는 로마자 「MI」가 된다.
그것이 다시 분열해서 「OSHARE」가 되었다.
쥬베에가 눈을 뜬다. 왔다.
그러자 「RE」가 폭발 했다. 왔다왔다.
영감이 내려온다. 왔다왔다왔다.
쥬베에는 천천히 얼굴을 감싸는 포즈를 취했다.
그것이 그 가치관에 가장 어울리는 포즈라고 본능이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마디가 화려하게 탄생한다.
「OSHA!!!」


음향시설 같은건 없을 텐데 쥬베에의 목소리가 교실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반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다.
「OSHA……」
오샤. 그것은 쥬베에에게 있어서 모든 가치의 최상위.
오샤의 화려한 탄생을 지켜본 반 친구들은 저마다의 감정으로 반응했다.
「꺄ー!!」「갸하하하」「쩔어ー!!」「멋져」「우오오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단해. 멋있어. 흥분된다.
이 순간 아류 쥬베에는 「오샤」라는 개념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반에서, 아니 학교 전체에서 오샤포즈가 유행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샤활동

그 때부터 쥬베에의 오샤를 추구하는 인생이 시작되었다.
무엇이든 「오샤」아니면 「NOT오샤」로 판단했다.
하늘도, 새도, 산도, 바다도, 지렁이도, 개구리도, 건물도, 교사(校舎)도, 피아노도, 신호도, 인간도, 심라만상 모두 오샤냐 오샤가 아니냐로 나뉘어진다.
오샤를 찾는 활동을 「오샤 활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으면 안된다. 겉보기에 지저분해 보여서 오샤가 아니다.
연어알 덮밥은 오샤다. 그 반짝임은 보석오샤. 그리고 엄청 맛있다.
신사불각도 오샤다. 고요하고 아름답게 마음이 씻긴다.
세계유산계는 오샤가 많다. TV에서 본 피렌체 대성당도 오샤다. 언젠가 가보고 싶다.
동물 중에서는 말이 아름다워서 오샤다. 인터넷에서 본 프레드릭 더 그레이트 라는 칠흑같이 검은 말이 엄청 오샤다. 딥 임팩트라는 말 역시 아름다워서 좋다(몇 년 후, 죽었을 때는 울었다.)
푸념이나 험담, 왕따는 오샤가 아니다. 괴롭히거나 놀리는것도 오샤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리스펙트 하는 마음은 오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노력은 오샤다. 전력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오샤활동은 음식부터 멘탈의 존재 방식까지 모든것에 걸쳐 쥬베에라는 인간을 만들어 간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멋있고, 재미있어야 한다.
언제 어느 때라도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오샤가 되고싶다.
그렇기 때문에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아름다움을 갈고 닦았다. 모든 각도에서 자신을 연구한다.
남들이 보기엔 나르시스트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르시스트는 자신에게 취해있는 인간이다.
쥬베에는 자아도취나 자만심같은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고 자의식 과잉인것도 아니다.
자신을 높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향상심이었다.
쥬베에의 미의식은 먼저 머리카락에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아름다우면 오샤다. 긴 머리는 자신에게 맞는 트리트먼트로 깔끔하게 케어해 부드럽게 흐른다. 손가락으로 돌돌 감는것이 버릇이 되었다.
오샤한 포즈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포즈가 무척 오샤하다고 생각했다. 거울 앞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머리를 빗는 포즈를 연구한다.
또한 어떤 일상적인 동작도 오샤하게 보이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음료수를 마시는 방법 하나만 해도 그렇다. 뚜껑을 벗기는 방법부터 항상 오샤가 있다는 것을 유의했다.
파피코를 소리내서 빨아 먹는것은 오샤가 아니기 때문에 위에서 입에 쏟듯이 마시는 스타일로 했다.
오샤한 잠버릇도 개발했다.
침대에 누워 만화를 보며 잠이 드는…… NOT오샤한 짓은 하지 않는다.
자기로 마음 먹었으면 이불을 들고 우아하게 옆으로 몸을 날려 침대로 들어간다.
그리고 몸을 반바퀴 돌리는 기세로 이불을 덮고 「오샤한 밤 되세요(オシャすみなさい)」.
쥬베에는 이것을 「베드 인 오샤 살법·회전입 잠들기 롤링 굿나잇」 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수업에서 처음으로 축구를 한 것은 그런 오샤 활동에 몰두하던 10살 때였다.
특별히 오샤스러운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쥬베에는 오샤 정신으로 진지하게 임했다.
이미 17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살린 높은 점프력.
헤딩으로 공을 쳐서 떨어뜨리고 매번 마이볼로 만드는 쥬베에는 공중전의 챔피언이 되었다.
운동신경도 좋고 발도 빨라 연달아 골을 넣는다.
(지금 이 필드에서 내가 가장 오샤다)
정신을 차려보면 학년은 고사하고, 초등학교 넘버원 스트라이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열두살이 되었을 때,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
장래의 길을 고민하는 수업을 들은 것이다.
선생님이 묻는다.
「여러분, 장래희망이 무엇인가요?」
주변 친구들은 「만화가가 되고싶어!」「난 e스포츠 프로게이머!」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쥬베에는 생각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어떤 오샤로 살고 싶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버지의 인생은 꽤 오샤하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물건을 모으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자유롭고 반짝이며 생기 넘친다.
(나도 저런 삶이 살고싶네)
게다가 그 「OSHA」를 발견한 날처럼, 모두의 주목을 받고 인기인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직업에는 어떤것이 있을까?
번쩍!
쥬베에의 안에서 빛이 터졌다. 신의 계시라고도 할 수 있는 번뜩임이 왔다. 이거다.
「그래……뮤지션이 되자!」
락스타가 된다면 지금 생각한 모든 오샤의 조건이 이루어 진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다.
쥬베에는 곧바로 용돈을 전부 털어 기타를 샀다.
오샤하게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항상 엄격하다는 뜻이다.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꿈을 꿈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노래 연습을 하고, 작곡의 이로하를 익히고, 스토익하게 자신의 곡을 만들었다.
툇마루에서 대나무숲을 바라보며 기타를 연주한다. 주변에 다른 집이 없는 숲 속이라 밤중에 열창을 해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락스타가 되는 미래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그것은 매우 충실한 나날이었다.

중학생이 되었다.
훗날 「미의 거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는 쥬베에지만, 이 무렵에 이미 그 성숙한 아름다움의 원형은 완성되어 있었다.
조각처럼 단정한 생김새에 역동적인 골격.
아름다운 머리카락, 잘 다듬어진 손톱과 발톱.
일거수 일투족이 오샤.
그런 쥬베에에게 "좌절" 이라는 악마가 덮쳐왔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자기축으로 살아가는 쥬베에를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은 첫 곡이 완성된 밤이었다.
「됐다……」
뼈를 깎듯이 짜낸 시, 그리고 멜로디.
애써서 만든 혼신의 한 곡.
제목은 『美너스』다.
(밴드명은 O・S・H・A……나・최고의・날개짓을・당신에게……라고 하자. 지금은 보컬 기타의 나밖에 없지만 언젠가 오샤한 밴드 멤버를 모집해서 오샤한 락밴드로서 세계데뷔를 하자)
완성된 악보를 보며 밤 늦게까지 기타를 치며 흥겹게 노래 부른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SP에 둘려싸여 이동하고, 열광적인 팬들의 함성을 받으며 「오샤러버!」하며 손키스를 던지는 자신이 있다.
스마트폰에 녹음한 쥬베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혼자서 그 노래를 듣는다.
(……이게 뭐지?)
토나오게 끔찍한 곡이었다.
아름다운 것들에 둘려싸여 오샤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영혼을 담아 만든 자신의 곡이라도 끔찍한 것은 끔찍하다.
「우욱……우웨에엑!」
너무 끔찍해서 토할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 쥬베에가 대나무숲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쥬베에!?」
이를 눈치챈 부모님이 달려와 쥬베에를 안아주었다.
자신의 재능없음과 비참함에 눈물이 흘렀다.
자책과 후회와 NOT오샤로 인해 그 후 3일간 몸져 누워 학교를 쉬었다.
계속 침대에서 울다가 가끔 곡이 생각나면 기분 나빠 토를 하는 바람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당황하게 했다.
쥬베에는 그 곡을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고, 과거에 묻어두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처의 길

그리고 14살
음악으로는 오샤가 될 수 없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쥬베에가 그 답답함을 부활동인 축구에 쏟아 부었다.
필드 위의 쥬베에는 언제나 오샤 확정. 어쨌든 강했다.
공중전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가 완전히 잡은 줄 알았던 공도 긴 다리로 쉽게 빼앗을 수 있었다.
키가 크고 사지가 긴 반칙급의 육체.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게으름 피우거나 대충하는 것은 오샤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연습한다. 그 덕분에 체력과 기술도 항상 최상급이었다.
게다가 쥬베에에게는 망설임이 없다.
「나. 오샤하게 골을 넣고 이긴다」
골에 대한 욕심이 많아 매 경기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에이스 스트라이커로서 맹활약했다.
또한 쥬베에는 정신적으로도 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 패스, 오샤구나」
「네 볼 터치는 오샤다」
오샤한 플레이를 진심으로 리스펙트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쥬베에를 좋아했고 쥬베에의 그 자세는 다른 선수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팀은 점점 강해졌다.
또 이런일도 있었다.
어느 연습 경기에서의 일이다. 상대팀이 쥬베에를 보고 곧 바로 의욕을 잃었다.
「저녀석이지? 엄청 강한 녀석」
「저런 커다란 녀석이 있으면 이길 수 없잖아」
「키가 크다는건 치사해!」
불평을 늘어놓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주 있는 일이라 쥬베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만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대전상대를 나쁘게 말 하는 멋 없는 짓 하지마! 그런거 그냥 변명일 뿐이야」
상대 팀의 주장이자 골키퍼인 오오키 타이시였다.
통통한 체격은 스모선수를 연상시키지만, 거대한 나무처럼 믿음직스럽고 안심되는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를 열심히 하자! 연습한 것을 보여줘! 할 일은 그것 뿐이야! 시합에 집중해!」
오오키가 활력을 넣자 투덜대던 팀원들이 단번에 투지를 다졌다.
「이기자!」
「「「오오!!!」」」
둥글게 원을 그리며 기합을 넣으니 마치 다른 팀처럼 의욕에 가득 찬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합을 넣어도 쥬베에를 막기는 어렵다.
압도적인 높이와 힘 앞에서 주저앉을 뻔했지만 오오키의 나이스 세이브도 있어, 뜨거운 경기전개가 이어졌다.
결국 0-3 (쥬베에의 해트트릭) 이었지만 전력을 다해서 졌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느끼는 좋은 시합이었다.
마지막에 오오키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어이」
오오키의 앞에 커다란 손이 내밀어졌다.
「너같은 오샤와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다」
쥬베에가 오오키에게 악수를 청한 것이다.
오오키는 (오샤……라는건?) 라고 의아해 하면서도 손을 맞잡았다. 잘 모르겠지만 기뻤다.
적이라고 해도 오샤라면 리스펙트 한다.
쥬베에에겐 당연한 행동이었고, 그것은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이었다.
이 이야기는 도치기 중학교 축구계에 서서히 퍼져나갔고 경기 후 쥬베에에게 요샤 판정을 받는 것이 하나의 지위가 되었다.
쥬베에는 아군도 적군도 모두 좋아하는 보기드문 존재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락스타라는 꿈이 깨진 상처를 치유할 수 없었다.
(이걸로는 안돼……)
쥬베에는 세계를 누비고 싶고, 인기인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고,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음악에 좌절했던 자신에게 무엇이 남아있지?
쥬베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 무렵 아버지는 해외로 나가고 어머니가 혼자 앤티크 샵을 운영하고 있었다.
「엄마. 청소 도울게」
「어머. 고마워 쥬베에」
부활동이 없는 어느 일요일. 쥬베에는 타조 깃털로 만든 부채를 들고 골동품의 청소를 자처했다.
가게는 지금도 비밀기지처럼 아버지가 찾아낸 아름답고, 오래되고,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문득 유난히 아름다운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수집한 불상이다.
대일여래, 천수관음, 미륵보살.
다시 보니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어 눈을 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오래된 물건을 싫어하던 시절에도 왠지 모르게 불상만은 좋아했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가마쿠라의 절에 간 적이 있다.
산문과 돌로 된 참배길 끝에는 불전이 있었고, 그곳에 모셔진 관음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마음을 빼앗겼다.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돌이켜보면 그게 자신의 첫 사랑이었던 것 같다.
번쩍!
쥬베에 안에서 빛이 터졌다. 두번째 신의 계시였다.
「……부처의 길인가!」
생각이 떠오르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여기에 오샤의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쥬베에가 빠르게 청소를 마치고 뒷산에 있는 절로 달려 나갔다. 가파른 산길을 질주해 올라간다.
현지의 신도들이 오봉때 방문하는 정도로 조용한 산속에 자리잡은 작은 절이지만, 쥬베에는 그 자연에 녹아든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처의 길을……부처의 길을 배우게 해 주세요!」
깜짝 놀란것은 주지스님이었다.
경내를 청소하고 있는데 갑자기 장신의 미소년이 달려와 도게자를 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다시 말하지만, 쥬베에는 스토익하고 진지하다.
겉모습은 임팩트가 있어서 괴짜같지만, 언제나 진지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아름답다.
주지스님도 놀랐지만 그 맑은 눈빛이 마음을 울렸다.
이 아이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부처의 길을 배우려고 한다.
주지스님은 쥬베에를 받아들여, 특별히 좌선을 지도해 주었다.
「정신통일. 마음을 비우거라」
본당에서 좌선을 하고 명상을 한다.
그것은 멋진 경험이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머리를 비우고 앉아 있으면 우주를 느낀다.
더 나아가 다도도 배웠다. 와비사비는 청정한 불교의 세계로 이어지는 길이다.
사이즈가 맞는 기모노를 찾기 어려웠지만 어머니가 낡은 기모노를 풀어 재봉해 주셨다.
그리고 틈만 나면 불교 서적을 찾아 읽어댔다.
제행무상. 모든것은 변하는 법. 그리고 자비. 삿된 마음을 버리고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는 법을 배웠다.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도 읽었다. 배움밖에 없었다.
(……이거야. 이거밖에 없어)
부처님의 인도로 쥬베에는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락 뮤지션을 목표로 했던 흑역사도 마침내 용서할 수 있었고, 자비로운 마음까지 생겨난다.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짙게 깔린 전국무장감과 지울 수 없는 촌스러움도 득도하면 분명 신경 쓰이지 않게 되겠지.
「좋아.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자.」
부처의 길을 정진하자.
먼저 머리를 깎는것 부터다.
가위를 들고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당시 쥬베에의 머리카락은 아버지보다 길어 허리 정도까지 자라 있었다.
세심한 헤어 케어 덕분에 갈라진 끝 하나 없이, 큐티클이 빛나며 찰랑거리고 윤기가 흘렀다.
그 검은 머리카락에 날을 들이댄다.
「…………」
부처님의 뜻대로.
「…………」
득도의 경지로. 색즉시공, 공즉시색.
「…………」
어라. 이상하네.
몇번이나 손에 힘을 꽉 주었지만, 자를 수가 없다.
손이 떨린다. 숨이 거칠어진다.


마침내 가위가 손에서 툭 떨어졌다. 푹 하고 다다미에 박혔다.
못하겠어
민머리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젠장……오샤의 길인데……그걸 하는 나는 오샤가 아니야!」
쥬베에는 소리쳤다.
「나는 잡념투성이야! 번뇌 덩어리야! 육도윤회! 아귀축생!」
어렴풋이 알고 있는 불교 용어들로 스스로를 자책했다.
「나는 더이상……오샤로 살 수 없는 건가……」
부처로 가는 길은 닫혀버렸다.
쥬베에, 두번째 좌절이었다.
그 답답함을 다음 날 축구 경기에 쏟아 부었다.
엄청나게 활약했다.
7골을 넣으며 팀은 전국출장을 확정지었다.

나, 빛난다.

15살이 되었다.
중학교 3학년, 드디어 수험생이다.
진학을 결정해야 했지만, 남들 같은 꿈이 쥬베에에겐 없다.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음악과 부처의 길에서 좌절한 지금, 미래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여러분, 장래희망이 무엇인가요?」
그때의 선생님의 질문에 쥬베에는 아직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는 새까만 어둠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샤는……끝일지도 모른다.
오샤로 살아가는 것은 덧없는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오샤라는게 뭐야……?)
(나……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는……뭐야?)
자신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
철학적인 자기탐구는 한 바퀴 돌고 나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뭐가 뭔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
너무 고민한 나머지 원형 탈모가 생길 즈음, 쥬베에는 깊이 생각한 끝에 귀국해 있던 아버지에게 상담했다.
「나……앞으로 어떤 길을 나아가면 좋을까?」
12살 때의 그 수업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방황을 거듭하다 지금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런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에, 축구 하는거 아니야?」
낮은 밥상에서 물담배를 피우던 아버지가 가볍게 대답했다.
「헤?」
축구?
「왜냐면 엄청 잘하고. 유명한 곳에서 추천서도 왔어」
「에……?」
잘해? 추천서……?
「그보다 축구라면 전부 할 수 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오샤한 것」
툇마루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어머니도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에……?」
「그치만 프로 축구선수 라는거 대단하잖아? 여러 나라에서 활약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 받으니까」
확실히 축구선수가 되면 세계를 누빌 수 있다.
인기인도 될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다.
「나, 라는 사람이……!」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쥬베에는 필드 위에서 최고로 오샤였다. 적이든 아군이든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인기인이었다.
「아류 군 덕분에 축구가 더 좋아졌어!」
그런 말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향력이 엄청나다.
락스타가 되어 함성 소리를 듣는 것을 꿈꿨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미 골을 넣을 때마다 쥬베에를 동경하는 남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팬인 여학생들로부터 함성을 듣는다.
(마음의 상처에만 눈이 멀어 정작 중요한 것을 찾지 못했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멋지고, 재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축구를 더 열심히 하면 된다.
자신은 헤매고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쥬베에.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고등학교 축구 추천서, 어떻게 할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웃으면서 묻는다.
「……나……축구……할래!」
쥬베에는 이렇게 해서 도치기현의 명문 축구학교인 고코 고등학교 축구부에 입부한다.

고등학생.
새로운 팀에서 쥬베에는 더욱 본격적으로 축구에 임했다.
포스트 플레이와 공중전은 바로 통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완전 부족했다. 진지하게 전국대회를 목표로 하는 팀원들 사이에서 바로 레귤러가 되진 못했다.
벤치에 들어갔지만, 필드위에서 최고의 오샤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수행이 부족했다.
하지만 쥬베에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쥬베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 오샤하지 않는 부분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샤로 살고 싶다고 바라는 것이다.
쥬베에는 축구에 몰두했다.
고등학교 생활의 모든 것을 축구에 바쳤다.
그것은 언젠가 동경했던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자신이 완벽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아름답고, 오샤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자신이 묻어둔 NOT오샤한 과거가 지금의 오샤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고풍스러운 이름은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나」이다.
자신의 소중한 것은 남에게 넘겨서는 안된다.
거울앞에 앉아 좌선을 한다.
거기에 비추는 자신과 대화하면서 쥬베에는 생각한다.
「오샤에 살고, 오샤에 죽는다」
포즈를 취하는 쥬베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다.
「나, 빛난다」
그렇게 중얼 거리는 쥬베에에게 일본 축구 연합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To The BLUE LOCK.
아류 쥬베에의 오샤도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