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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블루록 싸우기 전, 우리들은

블루록 전일담 소설 번역 <니코 잇키>

앞머리의 이유

니코 잇키의 아버지는 오타쿠였다. 『기동전사 건담』과『고질라를 좋아해서 오다이바의 건담 해체는 일을 쉬며 보러갔고, 쇼와 틀촬부터 할리우드까지 고질라 전 시리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망라하고 있는 진짜 오타쿠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오타쿠였다. CLAMP를 좋아해『카드캡쳐 체리』에 빠졌고 애니메이트에 다니며 굿즈를 모으고, 코스프레에도 한발 들여놓고 있었다. 비쥬얼도 귀여웠기 때문에 시대가 시대였다면 코스플레이어로서 화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건담』・『고질라』오타쿠와, CLAMP 마니아.
2월5일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니코가 태어났다.
운 좋게 어머니를 닮아 또렷한 동그란 눈매가 사랑스럽다.
부끄러움이 많고, 겁쟁이에 울보. 어린 시절에는 방 한구석에 우산을 모아놓고 기지를 만들고 놀던 아이였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얌전한 아이였지만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기질과 영재교육으로 훌륭한 오타쿠가 되었다.
애니메이션도 만화도 정말 좋아했다. 특히 빠진것은 『유희왕』이라는 카드 게임이었다.
니코는 꽤 심오한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카드게임의 대결을 「듀얼」,사용하는 카드 세트를 「덱」이라고 하는데 듀얼에서 승리하기 위해 덱을 구성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던 것이다.
오타쿠인 부모 입장에서는 「과연 우리 아들이야」「잘 알고 있구나♡」 라며 전면 협력했다. 트레카 전문점에 데려가 함께 강한 덱을 고민하고, 대회가 있으면 도쿄든 오사카든 원정을 갔다.
오타쿠 서러브레드라서 한 번 빠지면 끝까지 파고들게 된다. 초등학생임에도 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주변에서 「저 녀석은 언젠가 세계 최고의 듀얼리스트가 될거야」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심취할 수 있는 것을 만나 매일이 즐겁다. 행복하다. 니코의 세계는 완벽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엄청나게 겉돌았다.
평소에는 말이 적고 얌전하지만, 카드게임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진다. 오타쿠의 편차치가 높은 토크는 가족들 사이에서는 일상적이지만, 반 친구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쳤다. 오타쿠 토크를 할 때는 평소와 갭이 무시무시하다.
「니코군 유희왕 강하다며? 덱 보여줘!」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요. 제 메인 덱은 말이죠……」하며 평소의 동그랗고 귀여운 눈동자에 갑자기 불길이 감돈다.
그리고 링크 소환계다 확장성이다 싱크로다 전개다 하며 카드를 늘여놓으며 혼자서 나불나불 해설해온다.
「아,응……. 이제 됐어 니코군……」
이런 느낌. 갑자기 떠들어 대는것도 무섭고, 무엇보다도 눈빛이 보통이 아니다.
친구들은 아무도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 갔다.
오타쿠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는 부모의 책임인 것 같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행복을 전력으로 가르쳐 준 것 또한 부모였기 대문에 니코는 만족했다.
참고로 앞머리를 기르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 눈빛이 무서워」「눈빛에 광기가 느껴져」「눈빛이 무서워서 울것같아」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눈빛은 사람을 나타낸다. 그리고 자신의 눈빛에는 광기가 새어나오는것 같다.
숨기기 시작하자 부끄러워져서 니코는 눈과 이마를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는 절대로 얼굴을 씻지 않고, 머리가 젖어 얼굴이 비치는 것이 싫어 수영은 구경만 한다. 해수욕도, 온천여행도 가지 않는다.
매우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물려준 동그란 눈매는 누구도 모르게 무거운 앞머리 밑으로 숨겨지게 되었다.

이지메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니코는 매일 바뀌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만화, 카드게임.
아버지의 2차원에 대한 조예는 넓고 안테나는 넓게 펼쳐져 있어 재미있는 작품을 끊임 없이 포교해온다.
분기별 애니메이션도 체크해야 하고, 원작파의 어머니에게도 밀리지 않으려면 원작도 섭렵해야 한다.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이 즐겁다. 행복하다. 니코의 세계는 완벽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중학교에서는 이지메를 당하게 된다.
니코는 변하지 않아도, 주변이 변해갔다.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있는 니코와 달리, 자아가 불안정한 일부 반 친구들은 「자기보다 못한 녀석」을 찾아 안심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니코는 그 대상이 되어버렸다.
중1 초여름, 교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였다.
「넌 항상 혼자 밥먹는거냐! 친구도 없어?」
괜히 거들먹 거리는 반 친구가 시비를 걸어왔다.
니코는 도시락을 여러명이서 함께 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빨리 먹고 카드게임의 시뮬레이션을 해야한다.
상대도 하지 않고 우물우물 먹고 있으면, 그 녀석이 화를 냈다.
「너 기분나쁘다고! 반에 적응할 생각 없는거야!?」
「…………」
순간 생각해 보았다. 대답은 분명했다.
적응할 생각은, 없다.
오타쿠는 좋아하는 것에 뇌 용량을 전부 쏟아붓기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커뮤력을 발휘할 여력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물우물
「무시하지 말라고!」
화를 내는 것은 이키리타 카츠타였다. 
그는 축구부 소속으로, 입단하자마자 레귤러가 된 유망주였다. 축구도 잘하고 외모도 준수한 인싸. 축구부 동료들과 어울려 카스트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신경쓰고 있다.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에……저……이름이?」
그런 녀석의 이름을 입력하고 있을리도 없고 대놓고 물어보는 니코.
이 태도는 이키리타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
(친구도 없고 최하층의 오타쿠 주제에……! 이런 보잘것 없는 녀석에게 얕보일 순 없지!)
불합리한 이야기지만, 그 이후로 니코는 이키리타와 그의 축구부 동료들에게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뭐야 니코, 기껏 말을 걸어줬더니」
(부탁하지도 않았어)
「니코, 너 기분나쁘다고」
(귀찮게 한것도 아니고)
「외톨이잖아」
(그래서 뭐?)
「니코 쨩 웃어~」
(…………)
철저하게 무시. 만약 니코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듀얼하자!」라고 말해야 한다.
바보취급 해도, 욕을 해도, 조롱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기대하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이키리타 일행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장난"이 "이지메"가 되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길을 가다 엉덩이를 찬다. 화장실 청소 중 물을 뿌린다. 자전거에 「기분나쁜 앞머리」라는 낙서를 쓴다.
하지만 니코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인정없는 말을 들어도, 둘러싸여 맞으면서도 니코는 심플하게 이렇게 말 할 뿐이다.
「이제 됐나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왜냐하면 슬프지 않기 때문이다. 분노도 느끼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는다.
딱히 친해지고 싶은것도 아니고, 애초에 친구도 필요없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 시간이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수 있어)
카드게임에서 최강의 덱을 만들고, 좋아하느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본다.
이 이상 바랄것은 없다.
하지만 이지메는 좀 더 직접적인 폭력으로 확대되었다.
어느 날 하교길. 니코가 운동장 옆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얼굴에 축구공이 날아왔다.
퍽!
코에 맞은 축구공이 발밑으로 굴러간다.
「나이슈ー!」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주륵 하고 코피가 흘렀다.
「미안미안! 고의는 아니었어!」
티슈로 코를 닦고 있으면 축구복을 입은 이키리타가 왔다.
부활동 중에 니코를 발견하고 일부러 놀리러 온 것이다.
「니코, 같이 축구하자!」
「부탁이야~. 아, 너는 공 역할!」
축구부 두명도 있다.
세 사람에게 둘러싸이고 이키리타가 어깨를 끌어 당긴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선생님께 들켜도 남학생들 끼리 장난치는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계산이다.
평소처럼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이키리타가 니코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윽」
낮은 신음소리가 나온다. 이키리타가 웃으며 니코의 귀에 대고 「네놈 대답해라. 사실은 무섭지? 아?」 하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 울거나 겁을 먹을 거라고 생각하며 니코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으)
이키리타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앞머리 틈 사이로 니코의 눈동자가 보였다.
예상보다 훨씬 큰 눈동자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공포도, 아픔도 없다. 공허함.
그 눈에 압도당한 이키리타는 어깨에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이제 됐나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담담하게 말 하며 니코는 티슈로 코를 누른채 다시 걸어 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는 의연한 뒷모습.
「……저기. 이제 저 녀석과 엮이는거 그만하지 않을래?」
「아아, 뭔가 재미없네. 그만하자 그만해」
이키리타를 제외한 두 사람은 흥미가 식은듯 다시 축구 연습으로 돌아갔다.
「……칫」
이키리타도 분하다는듯 등 뒤에서 혀를 찰 뿐이었다.
니코는 울지도 않고 무서워 하지도 않는다.
괴롭혀도 재미없고, 괴롭히는 쪽이 더 바보같이 느껴진다.
어느새 괴롭힘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절망

학년이 올라 니코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니코의 일상은 변함없이 애니메이션, 만화, 카드게임.
반이 바뀌어도, 친구없는 최하층 오타쿠 남자아이이다.
얼마 전 카드게임의 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딱히 학교에서 표창을 받은것도 아니기 때문에 평가는 변함없다. 아니, 설령 표창을 받았다고 해도 평범한 오타쿠가 대단한 오타쿠가 된 것뿐이다.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서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매일이 즐겁다. 행복하다. 니코의 세계는 완벽했다.
……이 순간 까지는.
체육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 돌아온 니코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책상 안에 넣어둔 카드 덱이 없다. 매일 학교에 가지고 와서 쉬는 시간에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것이 일과였다.
(……나의 최강의 덱. 몇년동안 키워온 나의 파트너. 나의 보물)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의 카드들. 그것이 없다.
책상 안, 사물함, 가방. 필사적으로 찾고 있으면 「푸흡!」하고 뒤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트렸다.
「니코군. 이거 찾고있어? 이런거 가지고 오면 안되잖아? 몰수ー♪」
뒤를 돌아보니 올해도 같은 반이 된 이키리타가 서 있었다.
그 손에는 카드 뭉치. 우연히 먼저 교실에 돌아온 이키리타는 오랜만에 니코를 괴롭히려다 카드를 발견한 것이었다.
「……돌려주세요」
니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겁을 줘도 때려도 태연하던 니코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이키리타는 강렬한 만족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전부 무시당했지만, 드디어 니코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날 무시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찌익.
「교칙 위반입니다ー! 몰수!!」
니코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찌익.찌익.찌익
이키리타가 「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카드를 찢어 나간다. 구멍이 뚫릴 정도로 바라보았던 드래곤, 몬스터, 마법, 그리고 함정 카드들이 처참하게 갈기갈기 찢어진다.
지금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희귀 카드.
가족여행으로 아키하바라에 갔을 때 받은 카드.
새뱃돈 전액을 쏟아부어 낙찰 받은 카드.
모든 것에 추억이 있다.
찌익.
체온이 낮은 니코였지만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사고보다 충동이 먼저 밀려와, 깨달았을 땐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우왓! 뭐야 갑자기 화내지 마!」
휙.
태어나서 처음으로 쥔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기세로 앞머리가 흩날린다.
격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하하! 울지마!」
쾅!
이키리타가 허공에서 휘청거리는 니코의 등에 사정없이 발길질을 했다.
니코가 튕겨져 의자가 넘어지면서 격렬한 소리를 낸다.
「바ー보, 나한테 이길 수 있을거라……큭!」
재빨리 일어선 니코가 이키리타의 배에 오른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들어가 이키리타가 배를 잡고 무릎을 꿇었다.
「네……네놈……니코주제에……!」
니코가 순식간에 의자를 잡아 든다.
「어,어이 뭐 하는거야!」
「그만해 니코! 진정해!」
뒤늦게 교실에 돌아온 남자아이들이 니코를 붙잡았다.
(젠장…….놔……)
끓어오르는 뜨거운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크윽……아야야……어이 뭐야, 나는 옳은 일을 했을 뿐이라고? 나쁜건 이녀석이잖아? 하하하하!」
이키리타가 일어나 일부러 크게 웃는다.
(분해…….분해…….용서 못해……)
교실 바닥에 찢어진 카드가 흩어져 있다.
돌아온 학생들이 「뭐야뭐야?」「무슨 일이야?」 하며 니코를 둘러싸고, 그 발밑에 흩어진 카드가 밟히고 있다.
격정이 절망으로 바뀌고 절망에서 고요한 분노가 태어난다.
(이녀석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부숴버렸어. 그렇다면……)
이제 눈물은 멈췄다. 살의는 사라지고 머리는 차분하다.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하?」
「……네가 좋아하는게 뭐냐고 묻고 있습니다」


휘날린 앞머리를 다시 되돌리고, 평소 니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핫, 당연히 축구잖아. 나, 에이스고! 너처럼 인망 제로가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100일 주세요」
「아?」
무슨 말을 하냐며 이키리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100일 후. 축구 시합을 하죠.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가 전부 부술겁니다」
「……하아?」
주위의 반 아이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타쿠가 축구부에게 축구 결투를 신청했다고?
100일 후? 시합? 뭐야 그게?
「무슨 말 하는거야 이녀석!? 애니 너무 많이 본거 아냐? 다하하하하!」
이키리타가 웃자, 주변 남자아이들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니코는 혼자서 교실을 나갔다.
앞머리 속의 눈동자는 오직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100일후에 축구하는 니코

축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규칙도 몰랐지만 분노가 니코의 뇌에 스위치를 켠 것이다.
부모님은 갑자기 축구공과 축구 책을 잔뜩 들고 돌아온 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니메이션의 리얼타임도 「나중에 녹화해서 볼테니까」 라며 축구 동영상을 보기 시작하자 진심으로 걱정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네가 축구를 한다니……」
「녹화해도 괜찮아? 트위터의 스포일러 신경쓰이지 않아?」
지금까지 얌전했던 JK가 갑자기 갸루가 된 것 같은 충격이었다.
「별로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근육 키우고 싶으니까 오늘부터 고기 많이 넣어줘. 그리고 내일부터 아침에 달리기하러 갈거니까」
니코는 운동신경이 좋은 오타쿠다. 스포츠 자체를 싫어하지도 않고, 체육 성적도 수영이 아닐 때는 5를 받을 정도다.
이것은 둥근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춘계배구대회에 나간적도 있고 세터로 꾸준히 레귤러였던 어머니가 물려준 운동신경.
이키리타에게 날린 한 방은 럭키펀치가 아니었다. 체중을 실은 주먹으로 명치를 꿰뚫는, 복싱 만화에서 배운 바디 블로우. 그것을 단 한방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니코의 운동센스가 만들어낸 업적이었다.
「……멤버가 필요해」
축구 동영상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니코는 축구가 11명이서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육상부의 에이스, 하야사카 소스케. 100미터 11초1. 노력파에 착한녀석. 이케멘.
부활동을 마치고 부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저와 함께 축구 하지 않을래요?」
무거운 앞머리. 단조로운 경어. 보통 체격.
(혹시 이녀석, 지금 소문의……)
축구부의 바보가 반의 오타쿠가 가지고 있던 카드를 찢어버리고, 화가 난 오타쿠가 축구 승부를 신청한 이야기는 학교 전체에 화제가 되었다.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있는 오타쿠, 니코 잇키.
「부탁합니다. 당신의 다리가 필요합니다」
너무 직설적인 권유에 하야사카는 당황했다.
(이녀석이, 아싸에 왕따……?)
1학년때부터 꽤나 괴롭힘을 당했고, 외톨이에 어둡고 기분나쁘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말투에는 확고한 자신감이 배어있었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느꼈다.
하야사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알 수 있다. 
이 녀석은 진심이다. 축구 승부도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너 재미있네. 좋아. 할게!」
하야사카가 니코와 협력했다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학교 전체에 퍼져나갔다. 
인망이 두터운 하야사카가 니코와 손을 잡게 되자, 중2병적으로 아픈 발언으로 여겨졌던 「100일 후 선언」에 훨씬 현실감이 더해졌다.
니코가 축구팀 멤버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그 녀석은 진심이다. 진심으로 축구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저와 함께 축구 하지 않을래요? 당신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재미삼아 시작한 녀석들도 점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 거란 걸 알면서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위해 싸운다……좋아. 정말 좋아!)
유도부 주장・고하라 군.
(축구부라는거 경박스러워서 뭔가 짜증나지)
배드민턴부 에이스・카와무라 군.
(멋지잖아. 한번 협력해 볼까!)
야구부의 4번 타자・오오타 군.
(오우, 근육 트레이닝으로 만든 나의 근육, 알아봐줘서 기쁘네)
교환학생 안드레.
(육상부의 하야사카도 하는거야!? 그럼 내가 매니저 할래!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ー♡)
여자 농구부의 카자마 씨는 완전 속셈이 있었다.
거기다 농구부의 나카가와 군과 배구부의 하시모토 군, 수영부의 아사이 군, 귀가부의 전 축구 경험자 이라네 군에, 활발한 취주악부의 오토나시 군.
니코의 스카우트에 멤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니코 일레븐이 결성된 것이다.

오타쿠의 시간은 밀도가 높다.
한 번 꽂히면 극단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고, 시간과 돈을 들인다.
니코의 특성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타쿠」보다는 「긱(Geek)」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긱, 칭찬받을 만큼 뛰어난 지식을 가진 사람.
니코는 몸집도 크지 않고, 발이 특별히 빠른것도 아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트레이닝으로 피지컬을 단련하며 체력을 키워나간다.
두뇌의 모든 용량을 사용해 전술의 기본을 철저히 주입시킨다.
그 열정은, 멤버들에게 서서히 전염되었다.
처음에는 멤버들 스스로도 「축구부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한 방 이라도 먹일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을 모아봤자 어차피 초보자들이 모인 집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 때마다 그 의식은 바뀌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니코의 지시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초심자지만 축구 규칙을 숙지하고 있으며 지시는 이론적이고 합리적이며 구체적.
멤버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플레이를 고안해 낸다. 발이 빠른 사람에게는 속공, 체격이 좋은 사람에게는 육탄전, 게다가 여러 가지 패턴을 만들어낸다. 재미없을 리가 없다.
니코에게는 마치 카드게임의 전술을 생각하며 카드 덱을 구성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멤버라는 카드를 조합해 이것저것 연구하는 것이다.
아침, 점심시간, 방과후. 매일매일, 운동장 구석에서 연습하는 니코 일레븐.
그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학생들.
「힘내ー」
「잘도 하네, 저녀석들」
「너희들 한 골은 넣어! 1-7로 질거라고 내기 했으니까!」
교내 북메이커까지 시작되었다.
어느새 「100일 후 선언」은 학교 전체의 대 이벤트가 되어 있었다.

결전의 날

카드가 찢어진 뒤, 딱 100일 째.
방과 후 운동장을 학생들이 빙 둘러싸고 있다. 학교 건물에서 얼굴을 내밀고 보고 있는것은 선생님들이다.
축구부 레귤러 11명과 니코 일레븐.
축구부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니코 일레븐은 각자 부활동복이나 학교 져지를 입고 있어 딱 봐도 약해보인다.
「핫, 오합지졸이 이길 수 있겠냐」
이키리타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들은 현 대회 16강에 진출한 팀이라고?」
「창피를 당할 각오로 잘도 왔구나!」
다른 멤버들도 여유만만이다.
그렇다. 니코의 중학교 축구부는 나름대로 강하다.
「해보죠. ……답은 바로 나올테니까요」
니코는 도발을 무시하고 킥오프. 볼 스타트는 축구부.
니코의 포지션은 MF, 사령탑이다.
축구부가 드리블로 라인을 올리면 니코도 달린다.
「오타쿠 달리는거 웃겨~」
「의외로 꽤 하잖아, 앞머리 군」
공이 빠르게 포워드인 이키리타에게 전달되었고, 니코가 압박을 가한다.
「잘한다 니코~」
「앞머리 힘내」
바로 이어진 인연 대결 장면에, 관중들이 들썩인다.
하지만 역시 축구부 현역 에이스. 니코의 압박은 가볍게 무시당하고 말았다. 
뭐 그렇겠지. 하며 관중들도 쓴웃음을 짓는다.
「핫! 이정도냐!? 입만 살았네!?」
드리블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이키리타.
「아뇨……계산대로 입니다」
니코가 평소와 같은 경어로 중얼거린다.
「트랩 발동」
「우옷!?」
니코를 뚫고 나간 곳에는 육벽이 있었다. 유도부의 주장, 고하라 군의 거구다.
「좋아! 딱 맞아!」
특기인 발기술로 이키리타의 공을 빼앗는다.
「큿……!? 그냥 운 좋게 수비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잖아!?」
「아뇨. 속공발동」
양 사이드에서 육상부와 농구부의 발 빠른 콤비가 달려 올라온다.
「니코, 가자!」
「잘 받겠습니다」
유도부에게서 니코에게 공이 넘어가자, 속공으로 카운터.
「어이! 뭐야 이녀석들……위험해……! 제대로 된 축구 전술 가지고 있잖아!?」
모든것이 니코의 작전대로였다.
축구부가 서둘러 니코를 쫓아간다.
「저 녀석을 뭉개버려!」
「건방지게 굴지마 이 망할 오타쿠가!」
니코에게 수비가 집중되지만, 이것도 역시 작전대로였다.
「여기입니다. 직접공격」
골문 앞을 달리는 발 빠른 콤비에게 골키퍼가 집중하고 있는, 저 너머.
빈 공간으로 뛰어든 야구부에게 포물선을 그리는 높은 라스트 패스.
야구로 비유하자면 정중앙 높이.
「좋아! 홈런코스!」
야구부다운 탄탄한 하체가 공의 중심을 잡아냈다.
팡!
화살처럼 골문에 꽂히며, 네트가 흔들린다.
「우아아아!!」「쩔어!!」「거짓말!?」
푸른 하늘에 학생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네 말해도 했더니 진짜로 들어갔어! 쩔어!」
빡빡머리를 땀으로 빛내며 골을 넣은 야구부가 흥분한 표정으로 달려온다.
「연습의 성과 입니다」
니코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며 야구부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스카우트한 멤버들로 최적의 전투 방식을 지난 100일 동안 시뮬레이션을 통해 익혀왔다. 적의 움직임을 읽고, 공격을 미리 차단하며 골 까지 유도. 니코의 작전대로 진행되는 전개에 「이거 이길 수 있을지도!?」 라고 멤버들도 모두 한꺼번에 텐션이 올랐다.
그리고 축구부는 가볍게 패닉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니 진정해……우연이야, 우연!」
「맞아, 니코따위에게 우리 축구부가 질 리가 없어!」
우연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시합을 보는 능력이 있다면 지금의 움직임이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축구부의 공격 턴.
「아까는 방심했을 뿐이야. 진심으로 상대해주지!」
「오오! 바로 되찾아오자!」
드리블러 5번이 수영부와 배드민턴부 두 사람이 가하는 압박을 가볍게 뚫고 나간다.
「그런 아마추어 수비로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
하지만 니코가 재빨리 커버한다.
「너의 드리블은 이미 연구완료 입니다」
유도부도 돌진해 오며 연속해서 양쪽으로 압박을 가한다.
「칫……! 일단 돌린다!」
5번이 포기하고 아군에게 패스를 돌린다.
「잘 부탁합니다, 오토나시 군」
그 패스를 기다리고 있던 활동적인 취주악부가 깔끔하게 잘라낸다. 오토나시 군은 공에 대한 반응이 정말 빠르다. 소리 없이 다가온다.
「나이스 패스 컷! 속공 카운터!」
매니저인 카자마 씨가 외친다.
받은 공은 즉시 니코에게 연결하고, 니코에서 야구부로 이어지는 연동패스.
「우오오! 홈런!」
거친 외침과 함께 공을 날린다.
팡!
또 다시 야구부가 골을 넣고 연속 득점!
흘러가는 듯한 경기 전개에, 잠시 공백이 생기고……그 후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대단해 니코 일레븐!」
「뭐야 지금?」
「어느쪽이 축구부인지 모르겠어!」
열렬한 환호 속에서 홀로 침착한 니코는 앞머리 위에서 이마를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아직 더 갑니다. 발상이 넘쳐 흘러요. 완벽하게 부술게요」


다음은 야구부를 미끼로 삼아 육상부가 한 가운데를 파고들어 슛을 날렸다.
골, 골, 골로 순식간에 3-0
「우옷! 니코 대단해!」
「가라 가라! 해치워!」
대반전의 자이언트 킬링 전개에 관중들은 열광적으로 달아올랐다.
「아직입니다. 아직. 소중한 것을 부술 때까지」
니코의 중얼거림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에 묻혀버린다.
지금의 니코는 결정적인 패스를 계속 공급하는 필드의 지배자였다.
마초같은 안드레가 수비를 쫓아내고 골.
배구부가 높은 신장을 살려 헤딩 슛.
5-0이 되어도 니코는 손을 놓지 않는다. 플레이는 잔인할 정도로 가속도가 붙는다.
「젠장……젠장……! 너희들 죽어도 나한테 연결해!」
이키리타가 울부짖는다.
하지만 축구부가 공격의 형태를 조금 바꾼 것을 니코는 전부 꿰뚫어보고 있었다. 공이 전선에 도달하기 전에 빼앗아 슈팅한다.
그리고 수비의 빈틈을 정확히 찌르며 정성스럽게 마음을 꺾어 나간다.
8골, 9골, 10골, 공격이 재밌을 정도로 잘 먹힌다.
전장은 완전히 니코의 두뇌가 지배하고 있었다.

기분좋아

쾌속진격에 관객은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고, 니코 일레븐 멤버들은 강렬한 고양감 속에서 싸우고 있었지만, 정작 니코 자신은 묘한 몰입감에 빠져 있었다.
(이건……)
카드게임의 대회 결승전에서 대전상대와의 심리전을 펼칠 때 느꼈던 감각과 똑같다.
어디까지나 깊이 몰두하며 감각이 예리해진다.
니코의 경우 천재적인 영감이 아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그 너머까지 고민한 끝에 수가 보이는 것이다. 상대의 수를 예상하고 그 대책을 세우며 출발점의 카드부터 시작되는 흐름을 여러가지 시뮬레이션한다.
100일동안 전력으로 집중해서 우리 군의 축구 전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것이 실제 플레이에 완전히 맞아 떨어진다.
눈과 두뇌에 부스트가 걸려 앞의 앞의 앞까지 손에 잡힐듯 보인다.
쾌감. 성취감. 그리고──.
추가 득점이 들어가고, 골키퍼인 귀가부의 이라네 군은 폴에 기대면서 「뭐야 나 필요없잖아」라고 투덜거린다.
(……젠장……! 이렇게 되면 이녀석 만이라도! 부순다!)
화가 난 이키리타가 니코를 쓰러뜨리기 위해 어깨에 손을 얹는다.
(……힉)
돌아본 앞머리의 틈 사이로 그 동그란 눈이 엿보였다.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며 소름이 돋는다.
불꽃이 깃든, 에고이스트의 눈이었다.
(안되겠다……나는……엄청난 녀석에게 싸움을 걸었는지도 몰라. 이런 집념은. 이런 두뇌는……아니……이런 재능은)
굳어버린 이키리타를 뒤로하고 니코가 달린다.
전의를 상실한 축구부원들을 드리블로 제치고 슛을 날린다.
팡!
삑.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지금까지 중 가장 큰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대박!」「멋져!」「유언실행~!」
13-0.
도저히 축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점수 차이다. 관중은 들끓을 정도로 달아올랐고 니코 일레븐도 한 손을 높이 들고 승리에 취한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이키리타가 무릎을 꿇고 주저 앉는다. 자연스레 눈물이 나온다.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4월생으로 몸도 크고 발도 빨랐으며 부모님도 열성적이라 감독도 특별히 아껴주었다.
그런 축구부 에이스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나는 니코보다……아래였어. 가장 잘하는 축구로……)
자신이 쌓아올린 것이 무너져 내린다.
이것이……패배.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니코가 있었다.
「……알았어……졌어……」
단지 마운트를 잡고 자신의 우위를 보여주고 싶어서 카드를 찢었다. 그것이 니코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상상도 못했다. 어리석었다.
「……미안……내가 잘못했어……」
반성, 후회, 참회. 그리고 절망
전교생이 보는 앞인데도 움켜쥔 주먹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니코를 화나게 하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일인 줄은 몰랐다.
「이제 됐어요. 10-0 무렵부터 이미 너와의 싸움에 흥미를 잃었으니까」
「……헤?」
어깨를 떨며 울고 있는 이키리타의 사죄를 니코는 가볍게 흘려보낸다.
「그것보다 저를 축구부에 넣어주세요」
「……하에?」
「아무래도 제가 축구에 빠져버린것 같아요」
시합을 하고 나서 깨달았다.
자신의 생각대로 사람이 움직인다. 공을 빼앗는다. 골대까지 옮긴다.
카드게임에서 익힌 사고방식을 그대로 축구에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축구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이키리타의 소중한 것이 축구였던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필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안목.
다른 사람을 활용하는 데 능숙한 두뇌.
축구라면 니코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패배를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키리타를 내려보면서 니코는 생각했다.
(……기분 좋았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 그것이 니코의 행복이다.
이렇게 니코의 축구 인생은 뒤늦게 시작되었다.

오타쿠는 변하지 않는다

축구부의 불량배들을 축구로 섬멸한 남자 니코 잇키.
저녀석 대단해. 진짜 쩔어. 너무 멋있어.
상대방의 무대에서 복수를 한 것도 대단하지만 자신이 완전히 짓밟아 버린 축구부에 입부한 것도 쿨하다.
게다가 곧바로 레귤러, 니코의 합류로 팀은 연전연승. 공격도 수비도 정교해지고 전국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들의 니코ー!」
「다음 시합도 응원하고 있을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응원 받는다.
「니코 군! 힘내!」
「꺄ー♡ 귀여워ー♡」
경박한 여자아이 그룹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관심을 준다.
「니코, 안녕!」
「지금부터 부활동? 힘내♪」
육상부의 하야사카 군과 여자 농구부의 카자마 씨가 손을 흔들며 사이좋게 돌아간다. 카자마 씨는 「100일 후 선언」 덕분에 하야사카 군과 쌍방이 되었기 때문에 큐피드 역할이 된 니코에게 생명의 은인 수준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니코는 그다지 흥미 없는 분야라 가볍게 인사만 나눌 뿐이다.
귀가부의 이라네 군이 「니코, 부상 조심하고 힘내!」
교환학생 안드레가「헤이! 게임 마스터 니코!」
수영부도 유도부도 농구부도 배구부도 야구부도 배드민턴부도 「여어 니코!」「오랜만이잖아 니코!」「니코!」「어이, 니코!」「니코 군!」
걷기만 해도 사방에서 말을 걸어온다. 친구 없는 오타쿠 남자아이가 지금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폭발이다.
(왠지, 만화 주인공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것도 아니지만, 변한건 주변의 평가일 뿐 니코 자신은 예전과 똑같다.
별로 인싸가 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앞머리도 절대 자르지 않는다.
「니코, 연습 끝나면 맥날 가자! 가끔은 우리랑도 어울려줘!」
이키리타가 웃는 얼굴로 어깨동무를 한다. 겸손을 몸에 익힌 이키리타는 조금 달라졌다. 꽤 괜찮은 녀석이 되었다.
「아니, 됐습니다. 돌아가서 애니메이션 봐야해서」
「핫. 그럴줄 알았어!」
니코는 변하지 않는다.
언제나 처럼 혼자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다.
축구에 몰두한다. 그것만으로도 매일이 즐겁다. 행복하다. 세계는 완벽하다.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소중한 것이 부서지는 아픔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니코는 축구에 빠져들었고, 고등학교도 강호 축구부에 입부했다.
차근차근 실력과 평가를 높여가며 1학년임에도 레귤러로 발탁되었고, 현 대회에서도 순조롭게 우승을 차지해 간다.

니코가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얼마 후의 이야기.
그는 아직 알지 못한다.
"푸른 감옥" 에서 변하지 않던 자신이 변하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안리 쨩의 평가

「엣. 이 아이인가요?」
일본 축구 연합 직원, 테이에리 안리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문제라도? 안리 쨩」
컵 야끼소바에 마요네즈를 전체적으로 뿌리기 위해 집중하던 에고 진파치가 낮은 목소리를 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푸른 감옥"의 모니터 룸.
18살 이하의 스트라이커 300명, 그 선발이 한창이다.
모니터 화면에서 재생되고 있는 것은 나가노현의 강호, 와스레나구사 학원의 시합이다.
팀은 잘하고 강했으며 골을 연속으로 넣어갔다. 하지만 에고가 초빙을 결정한 것은 패스를 했던 MF 선수였다.
(음……이건 스트라이커를 뽑는 선발이잖아? 이 아이 FW도 아니고……한 골은 넣은 것 같지만 거의 슛 안하지 않았나?)
체격도 크지 않다. 피지컬도 강하지 않다. 다리도 빠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젊음 이라고 할지 반짝임이라고 할지, 에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항상 남의 그림자에 있는 듯한 그런 느낌.
좀 더 거칠게 슛을 노리는 선수를 뽑는다고 생각했다.
에고이스트라는건 그런거 아니야?
(에고 씨, 저번에도 이치난 고교의 얌전한 아이를 뽑았고. 으~응???)
머리를 굴려보지만, 전형은 에고의 독단과 편견.
에고가 후루룩 면을 빨아들인다.
「안리 쨩. 컵 야끼소바는 뭐가 메인이라고 생각해?」
「……네?」
(그거야 면이잖아! 야끼소바니까!)
「소스야」
「……헤?」
「그야 소스가 맛있으니까. 야끼소바는 소스가 모든 운명을 좌우한다. 컵 야끼소바의 가장 큰 에고이스트는 소스」
「뭐……뭔가요 그 이상한 격언」
「이 앞머리 군도 소스」
「하!?」
에고가 모니터에 비친 니코를 가리켰다.
「이 팀의 골은 전부 이녀석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지고 있어. 이 팀의 맛은 이 녀석이 결정한다」
안리는 곧바로 니코의 플레이를 다시 시청했다.
정말이다……! 골 장면 뿐만 아니야…… 위기를 포착하는 움직임도, 기점이 되는 포지셔닝도. 전부 니코 잇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높은 축구 IQ와 전술안, 대단한 괴짜야 이 앞머리 군은」
에고는 그렇게 말 하며 야끼소바를 먹어치웠다.
「그 가려진 눈 안에 있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에고를 원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리는 니코 잇키의 데이터에 「초빙」을 체크 했다.